짧은글 & 시

위병소 앞 소나무

린드부름 2025. 2. 2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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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이굽이 산길을 돌아 도착한 내 부대. 나의 임무는 위병근무를 서는 것. 철모를 쓰고 늠름하게 부대를, 나라를 지키는 곳. 낯선 얼굴들이 오가는 이곳에서 변치 않는 풍경이 하나 있었다. 바로 사시사철 푸르른 소나무 한 그루였다.

시간이 멈춘 듯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소나무는 위병소의 산증인과 같았다. 내 선임, 후임들의 땀방울과 함께 위병소는 하루하루를 채워갔고, 바깥을 오가는 차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싣고 끊임없이 변해갔지만, 소나무만은 묵묵히 그 자리를 지켰다.

소나무는 위병소의 역사와 함께했다. 이등병 시절, 어색한 군복을 입고 처음 위병소에 들어섰을 때, 소나무는 낯선 나를 위로하는 듯 푸른빛을 뽐내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병장이 되었어도 소나무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위병소를 지켰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나도 전역을 하게 되었다. 마지막 위병소 근무를 마치고 정든 소나무를 바라보았다.

'이제 나도 이곳을 떠나는구나.'

소나무는 마치 나의 마음을 읽은 듯 잔잔한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위병소를 나서는 순간, 소나무는 잊을 수 없는 풍경으로 내 기억 속에 남았다.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푸른 소나무처럼, 나도 굳건한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갈 것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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