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가의 뜰에서
아침 해가 마당을 밝히면 나는 여전히 부엌으로 향한다. 솥단지를 살피고, 장독대에서 장을 떠오며, 하루의 일을 준비한다. 손끝에 익은 일들이지만,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종가집 며느리로 살아온 70년, 내 삶은 언제나 준비와 책임의 연속이었다. 열아홉, 꽃다운 나이에 이 집으로 시집왔다. 마당이 넓고 기와가 단정한 집, 대문 안팎으로 사람들이 오가는 모습이 낯설기만 했다. 손을 곱게 모으고 앉아 어른들의 말씀을 들으며, 새색시답게 굴어야 한다는 말이 귓가를 맴돌았다. ‘이 집의 법도를 배우려면 오래 걸릴 거야.’ 시어머니의 말씀이 무겁게 가슴에 내려앉았다. 그 시절, 며느리는 집안의 기둥이면서도 그림자 같은 존재였다. 음식을 장만하고, 손님을 맞이하고, 제사를 준비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2025. 2.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