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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시선

바다의 품격

by 린드부름 2025. 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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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된 하루를 마치고 항구로 돌아오는 길, 석양은 붉게 물들고 파도는 잔잔하게 일렁인다. 30년 넘게 바다와 함께한 세월, 문득 감회가 새롭다.

어릴 적부터 바다는 내 삶의 터전이자 놀이터였다. 거친 파도와 싸우며 고기를 잡는 날도 있었고, 잔잔한 물결 위에서 풍요를 누리는 날도 있었다. 때로는 예측할 수 없는 바다의 변화에 좌절하기도 했지만, 다시 일어서는 법을 배웠다.

바다는 나에게 삶의 지혜를 가르쳐주었다.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법, 겸손한 마음으로 바다를 대하는 법을 깨달았다. 바다는 또한 인내심을 길러주었다. 고기가 잡히지 않는 날에도 묵묵히 그물을 던지며 기다리는 법을 배웠다.

어느덧 나는 바다의 일부가 되었다. 바다의 냄새, 파도 소리, 갈매기의 울음소리, 모든 것이 내 몸에 스며들었다. 바다는 이제 단순한 삶의 터전이 아니라, 나의 일부가 된 것이다.

하지만 바다는 때로는 얄궂은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풍요를 안겨주기도 하지만, 모든 것을 앗아가기도 한다. 거친 폭풍으로 배를 뒤집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해류로 어장을 망치기도 한다.

그럴 때면 바다가 얄밉기도 하다. 하지만 바다는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다. 마치 모든 것을 이해한다는 듯, 넓은 품으로 나를 안아준다. 나는 다시 바다로 나간다. 바다의 품격에 감사하며, 겸손한 마음으로 자연 앞에 선다.

바다는 나의 스승이자 친구이자 연인이다. 바다는 나에게 삶의 의미를 가르쳐주었고, 앞으로도 함께할 동반자이다. 나는 바다와 함께 늙어갈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바다로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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