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강산이 두 번 변할 시간 동안 나는 쓰레기와 함께했다. 새벽 5시, 닭이 울기도 전에 거리로 나선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도시는 아직 잠들어 있지만, 나는 하루를 시작한다. 내 손에는 빗자루와 쓰레받기가 들려 있고, 내 눈은 밤새 도시가 뱉어낸 흔적들을 쫓는다.
어느덧 2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사람들의 생활도 변했다. 새로운 기술과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사람들은 더 편리하고 풍요로운 삶을 누린다. 하지만 내가 청소하는 쓰레기는 별반 다르지 않다. 여전히 담배꽁초와 깨진 유리 조각들이 거리를 어지럽히고, 여전히 음식물 쓰레기와 포장재들이 골목길을 점령한다.
가끔은 씁쓸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사람들은 더 나은 삶을 향해 나아가지만, 그들이 만들어내는 쓰레기는 여전히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나는 그들의 발자국을 따라가며, 그들이 남긴 흔적들을 지운다. 어쩌면 나는 그들의 삶의 그림자를 청소하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도 있다. 내가 깨끗하게 청소한 거리를 사람들이 걸어가는 모습을 볼 때, 내가 수거한 쓰레기들이 재활용되어 새로운 제품으로 탄생하는 것을 볼 때, 나는 내가 세상에 작게나마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나는 환경미화원이다. 나는 쓰레기를 치우는 사람이다.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하찮은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내가 하는 일에 자부심을 느낀다. 나는 도시를 깨끗하게 만들고, 사람들의 삶을 더 쾌적하게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20년 동안 쓰레기와 함께한 나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나는 앞으로도 묵묵히 이 길을 걸어갈 것이다. 세상이 변해도, 쓰레기가 변해도, 나는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것이 내가 세상에 기여하는 방법이고, 내가 살아가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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