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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채식주의자> 한강, 리뷰

by 린드부름 2025. 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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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이라는 이름 아래 얼마나 많은 폭력이 존재하는가."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인간 내면의 폭력성과 욕망, 그리고 사회적 억압 속에서 개인이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탐구하는 소설이다. 이 작품은 단순한 채식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한 개인이 사회의 규범에서 벗어날 때 맞닥뜨리는 갈등과 파괴, 그리고 내면의 변화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

소설은 세 개의 장(「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으로 구성되며, 각 장은 서로 다른 인물의 시점을 통해 여주인공 '영혜'를 바라본다. 남편의 시점으로 시작되는 첫 장에서 영혜는 어느 날 갑자기 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그녀의 결정은 단순한 식습관의 변화가 아니라, 오랫동안 억눌려왔던 내면의 저항이 폭발한 결과로 보인다. 하지만 가족과 사회는 그녀의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강제로 고기를 먹이려 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며 그녀를 통제하려 한다.

두 번째 장에서는 영혜의 형부가 등장하며, 그는 그녀의 몸에 새겨진 몽고반점에 집착하며 욕망을 느낀다. 예술적 영감이라는 이름 아래 그는 영혜를 대상화하고, 결국 그녀의 삶은 더욱 무너져간다. 세 번째 장에서는 영혜의 언니가 그녀를 돌보며, 점점 식음을 전폐하고 스스로를 나무로 변해가려는 영혜의 모습을 목격한다. 결국 영혜는 정신병원에 갇히고, 그녀의 존재는 점점 소멸해간다.

이 소설에서 가장 강렬하게 다가오는 것은 영혜가 겪는 내면의 변화와 사회적 억압이다. 그녀는 단순히 육식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폭력적인 본성을 거부하고 완전히 다른 존재로 변하려 한다. 하지만 가족과 사회는 그녀를 이해하려 하지 않고, 오히려 그녀를 정상으로 돌려놓기 위해 강압적인 방법을 사용한다. 이는 사회가 개인의 변화와 다름을 얼마나 거부하는지를 보여준다.

한강의 문체는 건조하고 절제되어 있지만, 그 속에는 강렬한 이미지와 상징이 가득하다. 특히 영혜가 점점 식음을 전폐하며 ‘나무가 되고 싶다’는 말을 반복하는 장면은 깊은 인상을 남긴다. 그녀는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 자체를 거부하고, 사회의 억압에서 벗어나려 하지만, 결국 그녀의 자유는 허락되지 않는다.

 

 

"나는 나무가 되고 싶다."

"그녀는 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이 모든 것의 시작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나는 더 이상 인간이고 싶지 않았다. 더 이상 피를 흘리고 싶지 않았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선택한 것들이, 결국 그녀를 파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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