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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시선

연기 속에서

by 린드부름 2025. 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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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주머니 속에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든다. 불을 붙이고 깊게 들이마시면, 하루 종일 쌓였던 피로가 연기와 함께 흩어지는 기분이 든다. 익숙한 맛, 익숙한 습관. 하지만 요즘 들어 문득 생각한다. 이대로 괜찮은 걸까?

아내는 담배를 끊으라고 말한다. 아이들도 내가 담배 피우는 모습을 보면 눈살을 찌푸린다. 건강을 걱정하는 말도, 담배 냄새를 피하는 몸짓도 이제는 익숙하다. 나도 안다. 담배가 몸에 좋을 리 없다는 것을. 그래서 전자담배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전자담배는 연초보다 덜 해롭다고들 한다. 냄새도 적고, 타르도 없고, 비교적 깨끗하다는 말. 하지만 그것 역시 담배는 담배다. 어쩌면 나는 ‘덜 나쁜 선택’을 핑계 삼아 이 습관을 계속 이어가려는 것일지도 모른다.

처음 담배를 배운 건 군대에서였다. 선임이 건넨 한 개비를 받아 들고 어설프게 빨아들였던 순간, 그 쓴맛과 어지러움이 아직도 기억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담배는 나의 일상이 되었고, 이제는 없으면 허전한 존재가 되었다. 스트레스 받을 때마다 습관적으로 손이 가는 작은 위안. 하지만 이 작은 위안이 내 건강과 삶을 조금씩 갉아먹고 있다는 사실도 부정할 수 없다.

전자담배로 바꾸면 정말 나아질까? 아니면 결국 같은 길을 돌고 도는 것일까? 인터넷에서 수많은 정보를 찾아보지만, 결론은 늘 제자리다. 어느 쪽을 선택해도 담배를 완전히 끊지 않는 이상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

결국 중요한 건 내 의지다. 연초든 전자담배든, 내 몸을 위해선 언젠가 완전히 내려놓아야 할 것. 하지만 오늘도 나는 습관처럼 담배를 문다. 아내의 걱정스러운 눈길을 피하며, 스스로에게 타협한다. ‘이번 한 개비만, 이번 한 번만.’

언젠가는, 정말 언젠가는 이 연기 속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나는 여전히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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